아오모리여행, 일본의 숨겨진 보석을 찾아서
‘여행’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설레는 이유는 아마도 새로운 풍경과 감각, 그리고 예상치 못한 여정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일본의 북쪽, 혼슈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로 떠나보았다. 일본 하면 도쿄와 오사카, 혹은 후쿠오카 같은 대도시만 떠올리기 쉽지만, 아오모리는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곳이다. 특히, 히로사키성, 오이라세협곡, 네부타마츠, 아오니온천 등 아오모리만의 특별한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의 아오모리여행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감동을 남겼을까.
벚꽃이 흐드러지는 히로사키성, 시간을 담은 성곽
일본의 벚꽃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히로사키성이다. 매년 봄이면 형형색색의 벚꽃이 성벽과 해자를 따라 흐드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기에 벚꽃이 만개하는 4월 말쯤을 맞춰 방문했다.
히로사키성은 17세기부터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오모리의 대표적인 역사적 명소다. 서울의 경복궁과 비교하자면 조금 작은 규모지만,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그 매력이 남다르다. 특히, 성을 둘러싼 해자에는 벚꽃이 물 위에 떨어지며 ‘벚꽃 카펫’을 만든다. 나는 성곽을 따라 걷다가 해자 근처에서 잠시 발길을 멈췄다. 바람이 살랑 불어올 때마다 벚꽃 잎이 흩날리며 나를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뷰포인트는 ‘히로사키 공원’ 내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히로사키성의 풍경이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몇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진 벚꽃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데, 낮과는 또 다른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벚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도 붉게 물든 단풍과 눈 덮인 겨울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음에는 가을이나 겨울에도 꼭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라세협곡, 자연이 선사하는 힐링의 순간
아오모리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명소는 ‘오이라세협곡’이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자연경관 중 하나로, 사계절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곳이다. 나는 이곳을 걸으면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이라세협곡은 도와다호에서 시작해 약 14km에 걸쳐 이어지는 숲길인데, 맑은 계곡 물과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풍경이 압도적이었다. 수많은 작은 폭포들이 협곡 사이사이에서 쏟아져 내리고, 청량한 물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숲속을 걷다 보면 ‘와우의 폭포(雲井の滝)’, ‘아시우라소의 폭포’ 같은 크고 작은 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한 곳 한 곳이 마치 동화 속 배경처럼 신비롭게 느껴졌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는 여름의 끝자락이었는데, 초록빛 생명력이 가득한 나무들이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가을에는 단풍이 장관을 이루고, 겨울에는 새하얀 눈 속에서 얼음처럼 반짝이는 풍경을 선보인다고 한다.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오이라세협곡을 따라 달리는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하지만 직접 걸으며 작은 바위 하나, 풀잎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까지 감상하는 것이 더 특별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일본 3대 축제, 네부타마츠의 화려한 향연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인 '네부타마츠' 또한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 중 하나였다. 네부타마츠는 매년 8월 초에 열리는 축제로, 대형 등이 거리를 수놓으며 행진하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나는 우연히 일정이 맞아 이 축제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 그 규모와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커다란 인물상 등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일본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북을 치고, 춤을 추며 거리를 가득 채우는데 그 에너지가 엄청났다. 네부타 조형물은 한지로 만들어지며, 조명이 들어오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도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흥겹게 참여하다 보니 어느새 한 손에는 축제 대표 음식인 '이카야키(오징어구이)'가 들려 있었다.
이 축제는 단순히 구경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광객도 ‘하네토(跳人)’라는 참여 그룹에 합류하면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즐길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하면 꼭 하네토 복장을 갖추고 직접 퍼레이드에 참여해볼 생각이다.
아오니온천, 자연 속에서 즐기는 힐링
여행의 마지막은 조용한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아오니온천’이었다. 아오니온천은 깊은 산속에 위치한 전통 료칸으로, 전기 없이 오직 등불빛만으로 운영되는 신비로운 장소다.
온천에 몸을 담그자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는 계곡 물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고, 밤이 되자 온천 주변은 전등 대신 촛불과 등불만이 빛을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온천은 상상 이상으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치 수백 년 전 일본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휴대폰 신호도 잘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자연과 오롯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필수적인 전자기기 없이 오직 자연과 온천만이 있는 곳에서의 하룻밤은 분주했던 여행의 피로를 잊기에 충분했다.
마무리하며...
아오모리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자연과 역사, 전통이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이었다. 히로사키성의 벚꽃, 오이라세협곡의 맑은 물줄기, 네부타마츠의 열정적인 퍼레이드, 아오니온천의 고요한 밤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다.
혹시 일본의 한적한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아오모리는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아오모리의 다양한 매력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